Global Focus] 호주는 거북 때문에… 80억弗 천연가스 개발계획 제동

호주 북서부에 서식하는 토종 거북 때문에 80억달러(약 7조6000억원) 규모의 천연가스 개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한국에서 도롱뇽 때문에 경부고속도로 천성산 터널 공사가 수년간 지연된 것과 유사한 사태가 호주에서 벌어진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은 7일 서호주 주(州)정부의 환경보호국(EPA)이 미국의 석유 메이저 셰브론 등이 추진하는 ‘고르곤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에 대한 환경영향 평가 결과,현행 방식으로는 추진이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EPA는 고르곤 프로젝트의 주된 불허 이유로 제반 천연가스 생산시설과 폐기물이 해양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들었다.

특히 셰브론 등이 지하에 이산화탄소 배출구를 뚫는 과정에서 준설로 인해 호주 토종 거북인 ‘납작등갑거북’의 서식지를 파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셰브론은 EPA의 지적을 받아들여 토종 거북의 서식지를 피해 육지쪽으로 가스관을 건설하면 프로젝트의 경제성이 떨어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오는 2010년 이후 한 해 1000만t의 천연가스 생산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는 고르곤 가스전은 추정 매장량이 40조입방피트에 달하는 대형 가스전이다.

호주는 이 가스전 개발을 통해 인도네시아를 제치고 아시아의 핵심 LNG 생산기지로 도약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셰브론 등은 이미 일본 인도 미국 등과 LNG 장기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이와 관련,월스트리트저널은 “아시아의 가스공급 기지로 부상하려는 호주의 계획에 먹구름이 끼게 됐다”며 “아시아 지역의 LNG 수급에도 차질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물론 EPA의 결정은 권고 사항으로 서호주 정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아도 된다.

3년 전 고르곤 프로젝트 출범 당시에도 서호주 정부는 EPA의 권고를 무시하고 이 프로젝트를 승인했었다.

앨런 카펜터 서호주 주 총리는 EPA의 권고가 발표된 직후 “고르곤 프로젝트의 파트너들과 계속 같이 일할 수 있다고 확신하며 만족스러운 결론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EPA의 제동으로 환경 파괴에 대한 반대 압력이 커진 만큼 고르곤 프로젝트는 일부 계획을 수정하는 등 시간과 비용상의 추가 부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