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취재] 호주 中 – 프리맨틀, 프리맨틀, 19세기 개척시대의 호주

프리맨틀 해변에서 바라본 인도양
프리맨틀(Fremantle)은 서호주의 끝머리에 자리 잡고 인도양을 맞바라보고 있는 아담한 항구도시다. 서호주의 주도 퍼스가 스완강과 킹스파크 등 자연과 어울려 있으면서도 현대적인 멋을 풍긴다면, 이 항구도시는 19세기 영국인들의 정착 초기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어 거리 곳곳에서 호주의 역사를 되새김질하게 해준다. 하지만 프리맨틀의 매력은 그것만이 아니다. 해변에 즐비하게 늘어선 세련된 레스토랑과 파도에 실려 일렁이는 새하얀 요트들이 자아내는 여유는 프리맨틀의 또 다른 모습이다.

-죄수들의 피땀이 일궈낸 개척의 땅

죄수들이 자신들의 독방에 그려놓은 작품
퍼스를 가로지르는 스완강의 물줄기를 따라 19km를 흘러내려오면 인도양과 만나게 되는 곳에 프리맨틀이 있다. 1829년 처음 닻을 내린 찰스 프리맨틀 선장의 이름을 따 도시 이름이 정해졌으며, 이후 죄수들의 유배지로 시작해 현재와 같은 항구도시가 형성됐다. 정착 초기 죄수들을 동원해 건물들을 지어 올렸다니 그들의 고통과 인내가 건축물 곳곳에서 배어 나오는 듯해 자못 숙연해진다.

그 죄수들이 동원돼 처음 지어진 건물은 아이러니하게도 형무소다. 1831년에 세워져 서호주에 현존하는 건축물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간직한 ‘프리맨틀 형무소’는 1991년까지 제 역할을 했다고 한다. 현재 프리맨틀 형무소는 관광객들에게 개방돼 일종의 박물관으로 기능하고 있지만 간수 복장을 한 안내원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마치 죄수로 끌려온 듯 긴장하게 된다. 서호주의 뜨거운 햇살 아래임에도 불구하고 형무소 안에 흐르는 냉기와 생생한 현장감이 소름을 돋게 하기 때문이다.

높다란 담과 두꺼운 철문, 그리고 한 사람이 생활했으리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비좁은 독방은 19세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특히 몇몇 죄수들의 방에는 기다림과 고독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들이 그려져 있어 기나긴 시간과의 사투를 엿볼 수 있다. 또 교수형이 실시됐던 방에는 의자와 밧줄이 그대로 남겨져 있어 현장감을 더한다.

-100년 전통의 벼룩시장

프리맨틀 마켓에서 만날 수 있는 장인
프리맨틀 형무소에서 호주 역사의 어두운 면을 봤다면, 이제 초기 정착민들의 활기 넘치는 ‘프리맨틀 마켓’으로 장소를 옮겨 재래시장 특유의 분위기를 맛보는 것이 순서다.

1897년에 생겨나 현재까지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프리맨틀 마켓은 150여개의 노점상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있을 것은 다 있고 없을 것은 없다는 화개장터처럼 싸구려 잡동사니에서 시작해 군것질거리, 옷가지 등 취급하는 물건들은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다. 시장 입구에서는 거리의 악사들이 공연하는 모습을 흔하게 만날 수 있으며, 귀하진 않지만 재미난 물건들을 흥정하는 맛이 쏠쏠하다.
하지만 시골 장터라고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시장 곳곳에는 직접 가죽벨트를 그 자리에서 만들어주는 등 장인의 손길을 느끼게 하는 전문가(?)들도 포진하고 있으니 눈여겨봐야 한다.

-호주에서 만나는 인도양

호주여행은 흔히 남태평양과의 만남을 주선하지만 서호주는 아프리카대륙을 맞바라보며 인도양을 조망할 수 있어 색다른 감성을 일깨운다. 프리맨틀 형무소에서 5분 정도 걸으면 프리맨틀 특유의 여유를 전해주는 해변에 이르게 된다. 짙푸른 인도양과 그 물결에 일렁이며 떠 있는 새하얀 요트들, 그리고 이것을 배경으로 미각을 자극하는 레스토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이들 식당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생선과 감자를 노릇하게 튀겨낸 ‘피쉬 앤 칩스’. 시원하게 시야를 틔워주는 인도양을 바라보며 맥주 한 잔을 즐기는 한적함은 프리맨틀만의 장기다. 배를 채우고 나면 해변으로 산책을 나설 것을 추천한다. 비둘기처럼 사람들과 어울리는 갈매기, 작은 공원을 연상시키는 잔디밭 등이 호주의 햇살을 더욱 다사롭게 한다.
그리고 재판소와 감옥의 역할을 했다는 ‘라운드 하우스’ 근처의 언덕에 오르면 항구 도시 프리맨틀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이곳에는 오후 1시 정각을 알리는 대포가 있는데 1980년대 이전까지 실제 대포를 쐈다고 한다. 하지만 그 굉음만큼은 여전하니 들려볼 만하다.

취재협조=싱가포르항공 02-3455-6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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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지의 펜션을 연상시키는 아기자기한 집들
프리맨틀에서 남쪽으로 해변을 따라 내려가면 맨두라(Mandurah)라는 또 다른 항구도시가 등장한다. 프리맨틀처럼 역사가 깃들인 곳은 아니지만 아기자기하면서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집들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듯 줄이어 자리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이 집들은 대부분 개인 소유의 보트들을 갖고 있어 집 앞에 마치 주차장처럼 요트들을 정박해 놓아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서동철 seo@traveltimes.co.kr